*비주얼은 사령관 모리슨과 할로윈 스킨(호박) 리퍼
리퍼 코스튬 컨셉 잭오랜턴+듀라한인가?
죽었으나 그 영혼을 받아들이는 곳이 없어 구천을 떠돌던 중 곧 죽을 자에게 죽음을 알리는 목 없는 요정이 되어버린 리퍼가 우연히 만난 인간 모리슨과 사랑에 빠지는 게 보고 싶다.
신도 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요정도 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발키리도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판국에 듀라한이라고 인간이랑 사랑에 빠지지 말란 법은 없겠지. 모리슨이 특이한? 인간이라 둘 사이에 수명 문제나 여타 문제가 없어서 수월하게 풀리는 것도 좋고 보통의 인간인 모리슨 때문에 둘 사이에 갈등이 이는 것도 좋다. 중간과정이 어찌되든 간에 기승전 결혼해라 모리레예...아 잠깐만 이건 모리퍼라고 써야하나? 생각할 때 잭은 사령관 모리슨, 가브리엘은 리퍼 할로윈 스킨 비주얼로 생각했던 건데()
Part 01. 듀라한
레예스가 인간이었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전사였다. 수많은 적의 목을 베고 심장을 찔렀으며 저에게 의지하는 이들을 굳건히 지켜낸 그는 어느새 영웅이라 불리웠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었고 그건 그에게도 끝이 있을 것이란 말과 동일했다. 레예스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그가 전장에서 영광스럽게 죽어 발할라에 가게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믿음은 최악의 방향으로 허무하게 깨졌다. 그가 지키던 자들은 대부분 그를 흠모했으나 일부 사람들은 영웅인 그를 질투했다. 그 결과 그는 그의 잠자리에서 그가 믿었던 자에게 독살 당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숨이 끊어진 후 목이 잘렸다. 그가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오딘과 몇 명의 발키리가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전장에서 명예롭게 죽지 못한 그의 영혼은 발할라에 이를 자격이 없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전사하지 않은 혹은 자격이 되지 못한 영혼이 가야할 곳은 하나, 헬이 지배하는 죽은 이들의 세계 뿐이었으나 레예스는 그 자신이 발할라에 갈 것을 확신했었기에 살아생전 사자의 세계인 헬하임과 그 지배자인 여왕을 욕보이곤 했다. 그때문이었을까 헬은 레예스의 영혼을 거부했다. 그는 순간의 자만때문에 잘린 제 목을 옆구리에 낀 채 구천을 헤메게 되었다. 레예스는 자신의 오만을 처음으로 돌아봤고 망자를 위해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 속죄하였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황혼이 지나 인간의 세상이 열린 후에도 그는 여전히 홀로 구천을 떠돌았다. 아주 오랜 시간 구천을 떠돈 영혼은 점점 그 본질을 잊고 마침내 그는 망자를 인도하는 안내자에서 그를 마주한 자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요정으로 변모했다.
또다시 시계가 돌아가, 요정이 본디 자신이 인간이었음을 서서히 잊어갈 즈음 듀라한 레예스는 인간 모리슨을 만나게 되었다. 요정이 모리슨과 처음 마주쳤을 때 요정은 그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정이 모리슨을 처음 만난 날은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얇아지는 해의 마지막날이었고 모리슨은 인간의 육체가 갖기엔 과하게 밝은색의 영혼을 두르고 있었으며 혹시나하는 마음에 요정이 그를 세 번 불렀음에도 그는 죽지 않았다. 요정은 그가 경계가 얇아지는 틈을 타 이승에 내려온 신(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 마음속으로 모리슨에 대한 판단이 끝난 후 요정은 자신이 아주 오랜 시간동안 타인과 말을 나눈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몇 백 년동안 누적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동반했고 갑작스레 밀려든 감정의 파도는 마침 가벼운 인사의 말을 건네는 모리슨(요정은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저 남자가 인간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어느 인간이 잘린 머리를 옆구리에 낀 기수를 보고 평범하게 인사를 건네겠는가)에게 무심코 답하는,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을 초래했다. 모리슨은 먼저 말을 걸었음에도 답이 돌아올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던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요정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밝게 웃었다. 금실로 짠 듯한 머리칼이 달빛을 받아 찬연했다. 크게 떠졌던 하늘을 담은 푸른 눈이 얇게 휘었고 턱을 닫는걸 모르는 것마냥 벌어졌던 입이 닫히며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마치 한여름의 햇살처럼 따스하고 밝게 웃는 그 모습에 요정은 잠시 그 순간이 캄캄한 밤임을 망각했다. 요정의 마음 속 마지막 빗장은 봄 햇살을 받은 눈마냥 녹아내렸다.
약간의 시간이 걸린 첫인사 이후 둘은 천천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양한 것을 말하기는 했으나 서로의 정체에 대한 주제는 완벽하게 배제한, 어찌보면 의무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이 완만하게 오갔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둘은 상대에게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고독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들은 편견없이 서로를 받아줄 존재가 필요했고 그런 점에서 서로는 거의 완벽했다. 쓸데없는 경계심은 풀렸다지만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던 처음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둘은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한 사람들처럼 굴었다. 기쁨에 취해 자연스레 높아지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희붐한 새벽 하늘에 울려퍼졌다. 요정이 그 말을 한 것은 둘 사이의 선이 아주 옅어졌던 바로 그 때였다.
이렇게 웃어본 건 인간이었을 때 이후 처음이군.
레예스에게서 툭 튀어져나온 말에 모리슨의 웃음소리가 뚝 멎었다. 요정은 그런 모리슨의 반응을 깨닫지 못한 듯 오래된 구전동화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 희미한 기억을 더듬었다. 요정의 입에서 원망과 체념이 흘러넘쳤다. 남자는 묵묵히 요정의 말에 귀기울였다. 그 어떤 탄식도 반응도 없이 그저 가만히 듣기만했다. 남여노소, 신과 인간, 동물과 식물 등 이세상의 모든 존재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달콤한 얼굴에 금이 갔다.
요정이 말을 끝낸 것과 모리슨이 벌떡 일어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모리슨은 당황한 얼굴로 다음이라는 약속의 말을 쏟아내고 요정에게서 황급히 멀어졌다.
홀로 남은 요정은 완전히 떠오른 첫 해를 보며 혼란으로 물든 푸른 눈동자를 떠올렸다. 사실 요정은 모리슨의 웃음이 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미묘하게 굳은 얼굴 또한 가슴 속에 똑똑히 새겼다. 그 모든 것을 파악했으면서도 요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흘린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있었기에.
눈 앞의 존재가 정말로 신이라면 그가 자신을 구제해주길 바랐다. 그가 어디의 어떠한 신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본디 인간이었으나 변질되고 또 변질되어 이제는 그 근원마저 알 수 없게된 기괴한 이매망량은 안식을 원했다. 하늘 아래 누구에게나 공평한 끝을 맞이하고 싶었다. 저 하늘 높으신 분이 혼탁하고 잡스러운 것의 소원에 귀기울일 리 없건만 몇 백, 몇 천년 만의 '기회'에 요정은 명백한 사실을 외면한 채 눈 앞의 남자에게 매달렸다. 인간 레예스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결과는 알 수 없었다. 모리슨은 요정을 떠났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했다. 기한도 정하지 않은 일방적인 약속이었으나 실오라기라도 부여잡고 싶은 요정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과연 다음에 저 남자를 만나는 날은 언제일까. 아득한 과거 신들의 시대라면 모를까 인간이 세계의 주인인 시대에서 그런 영혼을 지닌 존재가 자유롭게 땅을 밟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어쩌면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요정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아주 작은 희망의 편린이라도 발견한 것이 기뻤고 그 결과 주어진 것이 기한을 알 수 없는 기다림 뿐이라 허탈했고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제 오만함에 화가 났고 또 홀로 남았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요정의 웃음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몇 번째의 해가 지고 몇 번째의 해가 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요정의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은 날, 인간의 시선을 피해 숲 속 깊은 곳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던 요정 앞에 모리슨이 불쑥 나타났다. 마지막 요정의 옆을 떠나던 당황하고 혼란한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남자의 갑작스런 등장에 요정은 옆구리에 낀 제 머리를 떨어뜨렸다. 모리슨은 살풋 웃으며 땅에 떨어진 요정의 머리를 주워 크게 떠진 붉은 두 눈과 자신의 눈을 맞추었다.
약속했었지. 다시 만나자고.
당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원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네. 하지만 그걸 말하기 전에 우선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군.
모리슨의 말에 요정은 하고 싶었던 수많은 말들을 삼켰다. 자신이 두서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때 눈 앞의 존재는 자신의 말을 그저 들어주었다. 자신 또한 그정도는 해야했다. 요정은 사내에게서 자기 머리를 되찾은 후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Part 01. 듀라한 끝
Part 02. 인간
한 신이 물었다.
네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인간은 답했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분들이 제 앞에 있사온데 제가 어찌 감히아름다움을 말하겠습니까.
발치에 머리를 조아린 인간을 보며 다른 신이 탄식했다.
저 높은 하늘에서도 보기 힘든 고귀한 빛을 지니고도 자기를 낮추기만 하다니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허나 인간이란 본디 그러한 것. 그 어리석음이, 스러짐이 아름다운 것이겠지.
또 다른 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빛이오. 지나가는 바람에 꺼트리기엔 너무나 아깝지 않소. 차라리 이대로 가만히 멈춰버리면 좋으련만.
마지막 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명의 신은 깨달음을 얻은 것 마냥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래, 멈춰두면 되겠어!
그 말 한 마디로, 인간은 자신의 길에서 내동댕이쳐졌다.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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